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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좌석서 엉덩이 떼면 ‘반칙’… 넘어지면 스스로 일어서야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16-01-13 16:17


▲ 지난 8일 경기 고양시 일산서구 탄현동 고양홀트체육관에서 열린 서울시청-고양홀트의 경기 도중 양팀 선수들이 부딪혀 넘어지고 있다. 김호웅 기자 diverkim@.jpg


‘고양홀트’ 조승현.jpg

http://www.munhwa.com/news/view.html?no=2016011301033439176001

휠체어 농구

지난 8일 경기 고양시 일산서구 탄현동 고양홀트체육관. 휠체어가 코트 위를 누비고 있었다. 2015∼2016 휠체어농구리그 4라운드. 서울시청, 고양홀트, 대구시청, 제주도청 등 4개 팀이 참가해 지난해 11월부터 오는 2월까지 4개월간 열전을 펼친다. 아시아에선 ‘1호’ 리그다. 5라운드로 진행되며 팀당 15경기씩 정규 리그를 치러 1∼2위 팀이 3전 2승제의 챔피언결정전을 벌인다.

이날 서울시청-고양홀트, 대구시청-제주도청의 게임엔 2014 인천장애인아시안게임 우승 주역인 국가대표 ‘베스트 5’ 중 4명이 출전했다.

‘휠체어 농구의 서장훈’으로 불리는 대표팀 주전 센터 김동현(28·제주도청)은 대구시청과의 게임에서 35득점을 몰아넣었다. 장애 등급 4.0인 김동현은 초등학교 6학년 때 교통사고로 오른 다리를 잃고 중학교 2학년 때 휠체어농구를 시작했다. 2012∼2014년 이탈리아 세미 프로리그에서 활약한 뒤 지난해 국내로 복귀했다. 1997년부터 19년 동안 대표팀을 지킨 포워드 겸 센터 김호용(44·제주도청)은 14득점과 5리바운드를 챙겼다. 장애 등급 3.0인 김호용은 3세 때 소아마비로 오른 다리를 쓰지 못한다.

대표팀 주전 가드 오동석(27·서울시청)과 가드 겸 포워드 조승현(33·고양홀트)은 팽팽한 맞대결을 펼쳤다. 조승현이 24득점에 5어시스트를 올렸고 오동석은 15득점과 5어시스트, 2스틸로 맞섰다. 오동석은 초등학교 5학년 때 오토바이 사고로 하반신이 마비됐는데, 지역장애인복지관을 다니던 중 17세 때 휠체어농구에 입문했다. 장애 등급 2.0의 중증 장애인이지만 대표팀 최고의 테크니션이며 ‘휠체어농구의 김승현’으로 불린다. 8세 때 종양이 생겨 오른 다리를 잘라낸 조승현은 중학생 때까지 의족을 달고 일반 농구를 했고 23세 때 휠체어농구 선수로 변신해 대표팀 슈터까지 올라섰다. 장애 등급은 4.0이다.

휠체어농구는 국제휠체어농구연맹(IWBF) 규정에 따라 선수 장애 등급을 매긴다. 1.0부터 0.5 단위로 4.5까지 8단계. 숫자가 작을수록 장애가 심하다. 1.0등급은 10번 경추 이하 하반신이 모두 마비된 중증 장애, 4.5등급은 한쪽 다리가 무릎 아래로 절단된 정도의 장애다. 코트 위에 있는 5명 선수의 등급 포인트 합이 14.0을 넘으면 안 된다. 포인트 합계를 맞추느라 선수 교체 때 한꺼번에 2명씩 바꾸는 경우도 많다.

경기는 비장애인 농구 이상으로 속도감과 박진감이 넘쳤다. 선수들은 눈 깜짝할 사이에 서로를 피해 패스를 주고받으며 골대를 향해 질주했다. 휠체어에 앉아 슛을 쏘다 보니 정확도를 높이려면 최대한 골대 가까이 들어가야 하고, 이 과정에서 수비수와 휠체어 대 휠체어의 격렬한 ‘몸싸움’이 벌어졌다. 넘어지는 일이 잦지만 선수가 직접 일어서야 하며, 심판은 도와줄 수 없다는 규정 때문이다. 선수들은 모두 휠체어 정비 ‘전문가’다. 휠체어가 고장 나면 심판이 일단 경기를 중단한다. 선수가 직접 고치기 힘든 경우, 50초 이내에 수리를 마칠 수 있다면 팀의 장비 관리자나 경기장 밖에 대기 중인 휠체어 제조업체 직원이 코트에 들어가 고친다. 시간이 더 걸린다면 작전 타임을 부르거나 선수 교체를 해야 한다.

휠체어농구의 코트 규격은 일반 농구와 완전히 똑같다. 경기 규칙도 거의 같다. 다만 일반 농구에선 공을 들고 3보 이상 걸으면 안 되지만, 휠체어농구에서는 휠체어를 3차례 이상 밀면 트래블링이라는 게 다르다. 더블 드리블 반칙은 없다. 공을 잡았다가 다시 드리블해도 된다. 3점 슛을 쏘거나 자유투를 던질 때 휠체어의 큰 바퀴가 라인에 닿으면 반칙이지만, 앞쪽 보조 바퀴는 라인을 넘어도 괜찮다. 하지만 사이드라인이나 엔드라인은 보조바퀴만 닿아도 아웃이다. 엉덩이가 휠체어 쿠션에서 완전히 떨어지면 ‘리프팅’, 휠체어가 통째로 공중에 뜨게 점프하면 ‘틸팅’ 반칙이다. 리프팅과 틸팅은 테크니컬 파울로 상대 팀에 자유투 1개와 공격권이 주어진다. 휠체어도 신체의 일부로 보기에 슛 동작에서 수비수가 휠체어로 공격수에게 부딪치면 반칙이 선언된다.

휠체어농구는 1964년 도쿄장애인올림픽 때 정식 종목으로 채택, 현재 97개국에 보급돼 있다. 국내엔 1984년 삼육재활원 휠체어농구팀 창단으로 도입됐다. 국내 선수들의 실력은 세계 수준. 2010년 장애인아시안게임 동메달에 이어 2014년엔 금메달을 땄다. 2014년 세계선수권대회에선 최초로 8강에 진출해 6위에 올랐다.

국내 휠체어농구 여건은 열악하다. 31개 팀 중 장애인 팀은 19개(남자 17개)이고, 나머지 12개(남자 11개)는 장애인과 공감하는 차원에서 휠체어농구를 체험하려는 비장애인 팀이다. 특히 실업팀은 서울시청 하나밖에 없다. 선수 월급은 300만 원 안팎으로 알려졌다. 나머지는 실업팀이 아니라 월급도 없다. 훈련수당과 게임 승리수당을 합쳐 많으면 월평균 80만 원, 적게는 30만 원을 받는다. 별도의 생업에 종사하며 운동을 병행할 수밖에 없다. 경기장으로 이동하는 것조차 힘들다. 김호용은 “몸도 불편하지만 일상용과 경기용 등 휠체어 2개, 고장에 대비한 보조 바퀴 등 짐까지 많아 대중교통은 엄두도 못 낸다”며 “버스를 전세내는데, 원정경기 때 버스 섭외가 여의치 않아 콜밴을 여러 대 불러야 할 때도 많다”고 말했다.

대한장애인농구협회 관계자는 “전국 규모 대회가 매년 8∼9차례 열리는데, 휠체어가 넘어지면 코트 바닥이 긁힌다고 경기장 대관조차 꺼리는 경우가 많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도 휠체어농구를 떠나지 않는 건 보람과 기쁨도 크기 때문이다. 오동석은 “휠체어농구를 할 때는 장애인이라는 사실을 잊을 수 있다”고 웃었다. 김호용은 “어렸을 때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형, 누나들이 나를 키웠다”며 “지금도 형제들이 ‘원래 소심하던 애가 운동을 하면서 자신감이 길러졌다’고 좋아한다”고 말했다.

고양 = 김성훈·박준우 기자 tarant@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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