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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휠체어 농구'에 스릴이 없다고 하는가?/박형태 울산지회장

작성자
최영호
작성일
13-07-12 15:23
다음 글은 박형태 울산장애인 농구협회장께서 조선일보에 기고해서 2013년 7월 12일자 신문에 기사로 난 글입니다.

[아침 편지] 누가 '휠체어 농구'에 스릴이 없다고 하는가?


5년 만에 최고의 빅 매치였다. 지난 3년간 서울시청만이 우승을 독식하던 '휠농(휠체어 농구)'에 춘추전국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마치 1990년대 말 농구 전성기 '허·동·택' 시절의 경기를 보는 듯했다. 체험 학습으로 봉사 시간까지 받아가며 잠실학생체육관을 찾은 청소년들은 충격을 받았을 법했다. 하나 혹은 두 다리 모두를 잃고도 거리낌없이 코트를 휘젓는 선수, 목발 없이는 한 발자국도 못 걷는 1~2급 지체장애 선수들이 펼치는 불가사의한 순간들을 직접 보고 경험한 것 자체가 소중한 체험 학습이었을 것이다.

지난달 24일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제12회 우정사업본부장배 전국휠체어농구대회 1부 리그 결승전은 4막 5장의 드라마였다. 상대가 파도처럼 지나가면, 다시 한 번 전열을 가다듬어 추격하며 두 팀의 밀고 당기기는 경기가 끝나는 순간까지 이어졌다. 양 팀 벤치의 덕장(德將·제주 감독)과 용장(勇將·홀트 감독)의 지략 대결도 볼 만했다. 농구 선수 출신인 그녀들은 4쿼트까지 주거니 받거니 하다가 끝내 동점으로 끝났다. 이어진 연장 전후반 5분간의 공방을 거쳐 1점차의 승부로 혈전(血戰)의 막을 내렸다. 휠체어 심판을 포함한 3명의 심판도 온통 땀 범벅이었다. 한 점 한 점에 관중들은 환호했고 결국 경기가 71-70으로 제주특별도의 승리로 끝나자 함께한 3000명 모두가 기립 박수를 보냈다. 이날 양 팀이 보여준 휠농 기술은 보는 이들에게 감동, 스릴을 주기에 충분했다.

키 150㎝도 훌륭한 가드가 될 수 있는 종목이 휠농이요, 하반신이 없어도 멋진 포워드가 될 수 있는 종목이 휠농이다. 40대에도 국가대표로 뛸 수 있고, 60대에도 현역으로 뛸 수 있는 종목이 휠농이다. 격렬한 몸싸움 끝에 휠체어가 공중에 떴다 내동댕이쳐지고, 고꾸라져도 덜렁 일어나는 모습은 마치 기인(奇人)을 보는 것 같다. 스코어보드에 4반칙 붉은 불이 불안할 법도 하지만 전혀 아랑곳 않는 자세는 신기(神技)에 가깝다.

농구공 하나가 이처럼 경기장을 찾는 이 모두에게 벅찬 감동을 주고, 남녀노소에게 전율을 줄 수 있음은 행복이다. 농구공도 잘 다룰 줄도 모르던 40~50대로 구성된 울산광역시 휠체어농구단이 창단 7년 만에 2부 리그에서 우승하는 이변도 우리도 해낼 수 있다는 의지의 산물이었다. 이 경기를 위해 1000리 길 마다치 않고 단 한 경기를 위해 영업도 팽개치고 내달려온 선수들에게는 멋진 한 판 승부가 삶 그 자체이다. 관중이 꽉 찬 경기장에서 환호를 받으며 멋진 레이업슛을 할 수 있다는 것에 인생을 거는 휠농인들의 열정에서 우리는 희망을 보았다.


박형태울산지회장.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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