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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를 울리게 한 것

이메일
ubule2000@hanmail/net
작성자
양성일
작성일
12-09-18 17:00
우리를 울리게 한 것

[18면]의 기사보기 - 울산매일신문



2012년 09월 18일 (화) 황봉자 무궁화봉사단 단장





▲ 황봉자 무궁화봉사단 단장

16호 태풍 산바가 울산을 휘감고 있었다. 제11회 SKT배전국휠체어농구대회 3일 째, 참가한 청소년들의 봉사체험수기 현장 접수자들은 그들이 써낸 글들을 접하고 모두 울어버렸다. 다슬기탕으로 저녁식사를 하던 중 보내온 사연 중 하나를 10장 정도 읽어나가자 7명의 초보 체험수기 평가자들이 동시에 울어버린 것이다.



그저 어울림 운동을 전하는 시민으로, 장애인이든 비장애인이든 모두 어울려 함께 살자는 생각을 갖는 사람으로서, 시골촌부로 울산으로 시집와 29년 간 살면서 뒷자리에서 지역봉사활동만 하던 엄마로서, 울산장애인체육회와 울산장애인농구협회 선수들 행사를 돕는 도우미로서, 이번 울산에서 열리는 휠체어어울림 전국농구대회 자원봉사대표로 참여한 필부(匹婦)는 우리 청소년들의 가감(加減)없이 토해내는 현장의 소리를 접하고 감동의 눈시울을 적셨다.

3일동안 입구에서 봉사시간을 체크 해주며 체험수기 접수를 하고, 태풍에 새앙쥐가 된 채 장애인선수들의 휠체어를 밀어 주면서 힘은 들었지만 그들의 간절한 의지를 접하니 기쁘기 한량없었다. 이 순간 우리 청소년들의 살아있는 증언을 접하고 희망을 얻었고, 우리 청소년들의 질타(叱咤)를 접하고 가슴이 미어지는 것 같았다. 내용 한 줄 한 줄을 그렇게 토해 낼 줄은 정녕 몰랐고, 우리가 기대 했던 교육적 효과를 수백 배 높여 준 것에 너무 감사할 뿐이다.



처음으로 초대형 규모의 휠체어농구대회를 울산에서 개최한다는 것, 이 나라에서 구기 종목으로는 변방의 한 곳인 지방 울산에서 열린다는 것, 전국에서 최하위 팀에 속하는 울산휠체어농구단이 감히 유치하였다는 것, 전국 최초로 탄생한 고교생봉봉휠체어농구단이 출전한다는 것, 장애인-비장애인이 조금의 양보도 없이 동등한 입장에서 경기를 펼친다는 것, 여성장애인휠체어농구팀도 함께 참여한다는 것 모두가 특이하고 신기한 이벤트에 4일간 참여하게 된 것은 행운 중에 행운으로 여겨졌다.



대회가 4일 간 진행이 되고, 모처럼 유치원, 초중고생들에게 체험학습의 기회로 엮어보자는 취지가 더하여 명분은 한 층 높았다. 교육장 출신 모 초등학교 J교장은 이 사연을 접하고 초등학교 아이들에게는 평생 처음이자 마지막 기회가 될 수도 있는 좋은 체험학습이라며 62명의 자발적 참여희망 아이들을 데리고 조용히 관중석에서 머물다가 가셔서 커피 한잔도 못 드리는 무례를 범하기도 하였다.


대회 준비중에 H고등학교 K교사의 제안으로 이 경기를 봉사하고 체험후기를 써 보자는 것에 모두 적극 동의하고 주관 측과 해당고교, 모 시민단체와 힘을 합쳐 자비로 이를 참가자 전원에게 확대해보자는 결론을 내리고 시행한 것이었다. 예상보다 참가학생들은 수기원고를 많이 받아 갔고, 인솔교사들의 호응도 좋았다. 모 중학교 교사는 아들을 데려왔다고 했고, 모 고교남자 교사는 초등생 딸과 함께 오기도 하였다. 일요일에는 경북 영천의 모 중학교 2학년 학생 30명과 교사가 열차로 체험학습을 와 놀라기도 하였다.



이번 내용은 참가자 학생들이 현장을 목격하고 경기를 관람하고 토해낸 사연들이었고, 현장 체험을 하고 간 학생들이 단체로 혹은 개인으로 직접방문이나 우편접수도 가능하니 앞으로 얼마가 접수 될지는 모른다. 이번 감동의 글들은 당일 현장에서 초중고생들이 어눌하게 혹은 화려한 문체로 접수한 사연 59장이었다.

4일 간 동천체육관과 오토밸리복지관에 파견된 초보 평가자들인 우리들은 학생들이 주어진 봉사시간이나 채우려고 오겠지, 극성인 엄마들이 중고생 자식들과 함께 마지못해 쓰레기나 줍는 다며 봉사확인서 떼 달라고 하는 해프닝을 벌이겠지 했던 생각은 모두 기우에 그쳤다.

현장 체험학습에 참가한 학생들 하나하나는 장애인-비장애인 선수 간 한 치 양보도 없이 치루는 경기를 직접 보고 극심한 충격을 받은 것 같았다. 넘어지고 뒤집어 지면서도 오뚝이처럼 일어서는 소아마비 선수들에게 박수를 보냈고, 큰 점수 차로 진 팀도 끝까지 최선을 다하며 파이팅을 외치는 모습에 감동을 받은 것 같았다. 벤치 코칭스텝의 경기 룰에 따르는 매너에 신선함을 보았고, 생전 처음 보는 8차형 휠체어를 휘저으며 코트를 누비는 예술 같은 장애인 선수들의 묘기를 보고 이런 사연을 담아냈던 것이다.


이제 이 사연들은 모두 모아져서 어떻게든 활용할 것이다. 관련부처에 그들의 현장의 목소리와 우리 청소년들의 느낌을 전 할 것이고, 그들이 보았던 현장 체험을 정치하는 사람들에게, 교육하는 사람들에게 보낼 것이다. 주최측과 주관측에도 장애인-비장애인 어울림 운동의 필요성을 전할 것임은 물론이다. 그 방법을 찾으려고 우리 초보 평가자들은 젖은 몸으로 태풍 산바와 밤늦게 까지 싸웠다.
------ 위의 내용은 울산지역신문 내용을 올린 것임을 알립니다. --
  • 박성태 12-09-19 09:53

    너무나 감동적인 글입니다.....^^

    양훈모 12-09-27 12:21

    우리 아이들이 그렇게 바라보았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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